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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에게 바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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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호 작성일03-08-11 00:00 조회1,4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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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
이 늦은 밤 열린게시판을 배회하다
하도 시끄러워
그냥 분향소에 들렀습니다.
게시판은 소란스럽지만
분향소라 그런지 왠지 정말 조용하군요,

송형!
미안합니다.
왜냐고요?
가신님의 유지를 받들기는커녕
우리들은 오늘 또한번 당신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님은 정말 바보였습니다.
님은 정말 정말 바보였습니다.
님의 유서 말미에 "바보 송석창"이라는 필명을 남기셨더군요
님께서 그냥 남기신 건 우연이 아니겠지요.
님께서는 이미 이렇게 될 줄 예견하셨나 봅니다.

그래요 님은 우리 천만 노동자 중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 송석창임을
오늘 우리는 또 만들었습니다.
님은 우리 3천8백 조합원 중 가장 바보인게 맞습니다.
바보가 아니고서 어떻게 하나뿐인 고귀한 생명을
나와 우리 국민연금 노동조합을 믿고 버렸습니까

송형!
님은 결코 열사가 될 수 없나 봅니다.
적어도 우리 국민연금노동조합에서는 말입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당신께 감히 열사라 부르기가 부끄럽습니다.

님은 이제 영원히 죽었습니다.
아! 나의 님은 영원히 죽었습니다.
그 주범은 장석준이도 아니요, 왜곡된 연금제도도 아니요
바로 우리들 자신입니다.

송형!
신새벽 동이 트는 아침되면 가입자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으로 지사로 들어서겠지요
당분간 열심히 실적경쟁 하리다.
가입자야 죽든 말든 말이외다.
무차별 압류해서 가입자한테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외다.
적어도 난 당신처럼 어리석게 자진하진 않겠소.

송형!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님의 뒤를 따라 가기 싫어도 갈 사람이 분명 있게 만들 것이외다.
그가 노든 사든 말이외다.
그래도 당신의 유지를 받들수 있는 동지들이
그렇지 못한 동지들 보다는 많이 있다는 믿음이
아직은 남아 있기에 말입니다.

송형!
거듭 미안합니다.
편히 잠드소서

                대구에서 부끄러운 사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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