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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에 죽어라 일해도, 한 마디 못했어"(출처: 여성주의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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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0-02-03 14:57 조회5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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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6일, 이화여대 환경미화 청소노동자 노동조합 출범식이 열렸다. 반장 말이 하늘이고 소장 말은 우주였던 그녀들. ‘교직원은 학교 높으신 분들이고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이라고 교육받았다. 그래서 자신들은 밑바닥인 줄 알았다. 이 글은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며 노동조합을 만든 그녀들의 가슴 졸이던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 건물 외곽 청소를 하며 낙엽을 쓸어 담고 있는 환경미화 노동자   ©촬영- 비정규직 노동을 고민하는 이화여대 학생모임 신바람
“아줌마는 돈이 최고야. 돈으로 이야기해야 해.”

세상에서 ‘아줌마’라 불리는 그녀가 말한다. 동료들에게 노동조합을 하자는 이유로 ‘돈’을 앞세우다니. 그녀를 향해 마지못해 웃음을 지으며 노동조합이 필요한 다른 이유를 물어봤다.

 
“아줌마들은 지인짜 돈이 필요해.”

순간 입가에 걸리던 웃음이 사라진다. 머리카락 빠진 휑한 정수리를 굵은 머리띠로 감추고, 쉬는 시간이면 허리에 찜질팩 두르고, 몸살 걸린 몸을 전기장판에 잠깐 누이다, 일을 하러 가는 그녀들. 돈을 벌기 위해 청소 일을 하는 그녀들이 최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내가 그녀들을 만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작년 겨울에 후배를 만났다. “우리 학교에도 노동조합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환경미화 노동조합이요.” 내가 되물었다. “청소 아주머니들?” 그랬다. 몇몇 학생들이 모여 일 년 전부터 환경미화노동자들의 휴게실을 방문하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이화여대 안에는 두 부류의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존재했다. 대학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과, 학교 측에서 계약을 한 용역업체 ‘동서기연’, ‘인광’ 두 곳에 고용된 하청노동자들이다. 학교는 직고용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퇴직한 자리를 용역업체를 통해 하청노동자들로 채워 넣었다. 현재 동서기연과 인광의 180여명 하청노동자들이 ‘본관’을 제외한 학내 모든 건물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게 찬밥이지. 밥만 신경 안 써도 살 것 같아. ”

 
▲ 이화여대 미화노동자들의 휴게실  ©이화여대 학생모임 ''''신바람''''
미화노동자들의 아침 겸 점심시간인 11시, 학생들을 따라 그녀들이 쉬고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건물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작은 문을 두드리는데 ‘미화원실’이라고 쓰인 작은 푯말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미화 노동자 서넛이 밥을 먹고 있다. 신문지 위에 집에서 싸온 반찬을 펼쳐놓고 허리를 수그린 채로 식사를 한다. 학생들이 오니 물에 불은 밥을 후루룩 들이마신다. 식은 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중이다. 작은 냉장고, 전기포트, 이불 두어 채와 서랍장 하나가 전부인 방에 전기밥통이 없다. 간혹 매점에서 쓰다 버린 전자레인지를 가져와 밥을 데우는 이들도 있다고 학생 하나가 귀띔한다.

 
“왜 전기밥솥을 못 쓰게 한데요?”
“학교 측에서는 잘 쓰고 사고가 안 나게 하면 되는데 잘못해서 사고가 날까 봐 그러겠지. 그런데 우리네는 많이 불편해. 저렇게 놔뒀다가 먹고 그러잖아. 그게 찬밥이지. 밥만 신경 안 써도 살 것 같아. 다른 데는 폐지 같은 거 팔아가지고 쌀도 사고 찌개거리 좀 사가지고 해먹기도 한다 하던데. 여기는 그럼 난리가 나. 여기는 밥도 못 해먹고 밥솥도 못 들이게 하고.”

 
배순영(가명)씨가 빈 반찬통을 물에 담그며 말한다. 새벽부터 와 쉴 새 없이 화장실을 닦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걸레질을 한 후 먹는 아침이다. 물에 담긴 그릇들을 본다. 그녀들의 신세 같다. 밖에서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휴게실 옆에 보일러실이 붙어 있다. 일 년 전만 해도 학생들은 휴게실을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맸다.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지하, 화장실, 창고 근처부터 찾는다. 어김없이 그곳에 휴게실이 있다.

 
“그래도 여기는 좀 나아. 체대(체육대학)에 있을 때는 쥐가 다니고 그랬어. 바퀴벌레도. 쥐 나타나면 난리지. 잡으려고 하는 사람에, 도망가는 사람에. 천정에서 뚝 떨어졌어.”

 
이화여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이 많다. 그 건물들 가장 후미진 곳에 휴게실을 둔다. 늘 벌레와 외풍이 문제다. 예전에 화장실로 쓰던 곳을 휴게실로 내주기도 한다. 이 학교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한숙희씨(가명)가 있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흰 화장실 타일이 벽에 그대로 붙어 있다.
 
“사람들이 병나서 나가는 이유를 알겠어요”

 
한숙희씨는 시레기국에 밥을 말아 먹고 있었다.
“잠시도 쉴 시간이 없어. 인자 아침이야.”

 
그녀는 건물 외곽 청소 이야기부터 꺼낸다.
“내가 낙엽을 쓸다가 팔이 다 나갔어요. 가을만 되면 침을 맞으러 다녀요. 이게 한 번 아프고 나면 쉽게 낫지가 않아요. 그럼 침을 계속 맞아야 해요. 낙엽은 9월부터 떨어지는데, 11월, 12월에는 낙엽 모아진 걸 쓸어 담는 것만도 한 시간 반이예요. 큰 가마니로 열다섯에서 열일곱 가마니가 나와요.”

 
▲ 외곽청소를 하며 낙엽을 모아놓은 봉지와 빗자루  © 촬영-비정규직 노동을 고민하는 이화여대 학생모임 신바람
“낙엽이 없는 계절에는 일이 좀 수월하세요?”
 
"나 얼굴이 다 얼었어요. 마당 쓰느라 얼굴이 빨갛잖아요. 1월하고 2월은 춥잖아요. 얼굴을 뭐로 싸매도 얼더라고요. 또 비 오거나 눈 오면 건물 안으로 진흙을 밟고 들어오잖아요. 그날은 아예 식사 시간도 없이, 두 시간 동안 마포걸레를 잡고 있어야 되요. 젖은 걸로 닦고, 미끄러우니까 마른 걸로 또 닦아. 눈 왔을 때, 지난번에 고생 엄청 했죠. 염화칼슘 그게 끈적끈적 해서 마포걸레도 안 나가요. 세제 뿌려서 닦는데 그렇게 닦고 나면 뿌예서 안 닦은 거 같잖아요. 두 번 세 번 다시 마포걸레로 닦아요. 그럼 또 밟고 들어와요.”

 
그녀는 두어 숟가락 뜨던 밥을 구석으로 밀어낸다. 밥이 반이나 남아 있다. 식사 더 하셔야죠, 하니 “밥맛도 없어요.”라며 벽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여기 있던 사람이 2년을 못 넘기고 다 나가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이 힘드니깐 병나서 다 나가요. 내가 튼튼한 편이거든요. 60이 넘었는데 아직도 쌀 반가마를 혼자 들어요. 그런데 여기와서는 일이 버겁더라고요. 사람들이 병나서 나가는 이유를 알겠어요.”

 
그녀는 시간표를 보여준다. 시간표에는 10시 1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아침 식사 및 휴식 시간이라 적혀 있다. 시계를 보니 12시다.

 
“오죽하면 내가 시간표를 뗐어요. 시간표대로 하면 일 못 끝내니까. 그거 보고 쉬는 시간에 일하러 올라가면 열 받잖아요. 그러니까 아예 안 봐요. 내 일에는 내가 충성을 해야 하니까 그냥 해요. 처음에는 너무 지치더라고요.”

 
“그나마 여기서 잘리면……”

 
일이 가장 많은 시간은 강의가 시작되기 전 아침이다. 그 때문인지, 7시 출근임에도 6시나 6시 반에 학교에 들어서는 이들도 많았다. 김미순(가명)씨도 6시 출근 인파에 섞여 있었다.

 
“내가 일이 좀 많다 싶으면 학생들 오기 전에 바로 나가야 해. 와서 옷 벗으면 바로 나가야 해. 시간 정해진 거 그런 거 없어, 우리 일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잠도 설치고 학교에 오는 거야. 그러고는 죽어라 4시간을 일하고 가는 거야. 땀을 죽 흘리고 가는 거야. 쉬지도 못하고. 한번 안 쉬고 일을 해요.”

 
그녀는 ‘오전반’이다. 이화여대는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에 따라 ‘오전반’과 ‘종일반’으로 나뉜다. 일이 가장 많은 7시부터 11시까지 ‘오전반’이라는 파트타임을 두었다. ‘오전반’의 근무자 수가 ‘종일반’보다 더 많다.

 
▲ 학관에서 쓰레기 봉투를 빨아 쓰고 계시는 미화노동자  ©신바람
“그런데 더 억울한 건, 월급은 적고 일은 죽어라 해도 말 한 마디 못해요.”
“말하면 뭐해, 이 나이에 집에 가서 애나 보라 그러지.”
옆에 있던 이경숙 조장이 고개를 젓는다. 말 못하기는 오전반이나 오후반이나, 나이가 많은 조장이나 조원이나 마찬가지다.

 
“사람 하나 더 해 달라고 했어, 내가 조장이라. 반장, 소장님한테 이야기를 하면 귀에 안 들어가. 옛날서부터 그렇게 해왔는데 왜 당신들은 사람 하나를 더 넣어달라고 하냐 하니까 말을 못해. 그러니까 말을 안 해 버려. 옛날에 내가 언덕에서 죽을 뻔 했어. 떨어졌는데 바위 옆이었어. 저 아래 쓰레기가 있다고 주우라는데, 뭐 딴말 할 수 있나. 그냥 내려갔어. 그러다 발 헛디뎌 언덕에서 굴렀어. 천만다행으로 바위 바로 옆으로 떨어졌어.”

 
어디 팔 다리 부러지는 것보다 더 두려운 건 반장, 소장 눈에 밉보이는 일이다. 재계약은 순전히 반장과 소장 손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1년마다 계약을 새로 맺는다. 이화여대에서 10년을 근무했다면 재계약을 9번 한 것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 계약서를 가지고 있거나, 계약서 내용을 기억하는 있는 이가 없다. 한숙희씨가 2년 전, 용역업체 인광과 처음 계약을 맺던 날을 떠올린다.

 
“계약서도 제대로 읽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죠. 주위에 사람들이 죽 출퇴근 카드 찍으러 줄을 서있는 데, 뒷사람들 기다릴까 봐 읽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냥 싸인만 하고 나오는 거죠.”

 
내용도 기억 못하는 계약서지만, 재고용은 그녀들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나마 여기서 잘리면……. 딴 데 식당 같은 데 가도 나이 먹었다고 안 써 주잖아. 젊은 사람도 노는 사람이 많은데 누가 젊은 사람 쓰려 하지, 나이 많은 사람 쓰려고 하겠어.”

 
“있는 사람은 있고, 나가는 사람은 나가는 거지”

 
휴게실에서 동서기연 업체 반장과 마주친 적이 있다. 학생과 미화노동자들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왕 마주친 것, 용역회사의 저임금에 대해 물었다. 종일반 기본급이 83만 6천원이었다.

 
“그 월급이 마음에 안 들면 나가겠지요. 월급 이만큼인 거 알고 들어온 건데, 거기에 대해 우리가 뭘 어떻게 해요. 사흘 일하고 월급 적다고 나가는 사람도 많아요. 있는 사람은 있고, 나가는 사람은 나가는 거지.”

 
반장이 이렇게 말하자, 곧바로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3일 일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있을 정도면, 임금에 비해 일이 얼마나 힘들다는 거겠어요. 안 그래요?”

 
“예전에 여기 학교 정규직이셨지요? 그때는 보너스도 600% 받으셨다면서요?”
“그렇죠, 그때는 정규직 노조도 있고…. 뭐 직고용이었으니까.”

 
반장은 직고용 미화노동자로 일하다 용역업체 관리자로 간 사람이다. 직고용이던 그 시절에도, 환경미화 노동자의 일은 지금과 같았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언제부터 이리 당당해진 걸까.

 
인터뷰를 하다 익명을 요구하는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한숙희씨도 그런 이들 중 하나다. 학교와 업체가 알까봐 겁이 나서 그러는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며느리가 이 일 하는 줄 몰라. 이름 넣지 마.”
아들하고 며느리가 일하는 거 모르세요? 라고 물으니 “일하는 거 알면 뭐해, 마음만 불편치. 따로 살아서 뭘 하는 지도 잘 몰라.” 라고 말한다. 아들 내외는 지방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다.

 
그녀들에게는 자녀들이 있다. 다 커서 제 벌이를 하는 자녀들도 많다. 그러나 그녀들은 청소 일을 놓지 못한다. 청년실업이 사회 화두이자, 대졸자 첫 월평균 임금이 약 100만 원인 사회. 900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20만원을 조금 웃돈다. 그녀들의 자녀는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녀들은 평균 수명 80세의 사회에 살고 있다. 나이 든 그녀들은 살기 위해 일이 필요하다.<여성주의 저널 일다> 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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