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따른 ‘업무방해죄’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03-25 13:12 조회373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죄’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노동계, “‘진일보’ 인정하지만, 여전한 족쇄 될 것”
윤지연 기자 2011.03.25 12:37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 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지난 3월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업무방해죄에 대한 새로운 판례를 내놓았다. 이들은 근로자의 단순 파업까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종전의 판례를 폐기하고, 노동기본권에 따라 ‘단순파업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판례 법리를 변경했다.
때문에 노동계는 이번 판례가 그동안 사용자의 힘의 우위를 확보했던 업무방해죄의 판례에서 다소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에 대한 손배 가압류, 해고 등이 난무했던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위력’에 해당하는 경우 업무방해죄가 해당된다는 이번 판결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위력’에 관한 개념적 논쟁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판례가 법 이론상 합당한 것인지, 그리고 이번 판결이 노사 현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노총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오후,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업무방해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번 판결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앞으로 노동운동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토론했다.
‘업무방해죄’ 법리 변경, 노사 불균형 개선 가져올까
대법 전원합의체는 이번 판례를 놓고 두 가지의 의견으로 대립했다. 이용훈 대법관을 비롯한 다수인 8명의 대법관은 ‘파업은 제한된 경우에만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파업이)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종전의 판례를 남겨 두면서도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반면 박시환 대법관을 비롯한 소수인 4명의 대법관들은 ‘단순 파업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들은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것이라는 사정이 존재한다고 하여 개별적으로 부작위인 근로제공의 거부가 작위로 전환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파업’이라는 행동은 부작위로서, 작위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당사자 일방인 근로자 측의 채무 이행을 형벌로 강제하는 것이 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을 놓고, 혹은 전원합의체 안에서의 논쟁을 놓고 여론과 노동계 등은 각각의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다수의 대법관이 내 놓은 판례에 대한 한계와 비판, 그리고 소수의 대법관의 주장에 대한 동의가 두드러진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발제자로 나선 도재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수의 대법관에 의해 변경된 판례 자체역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재현 교수는 “이번 판결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성립-불법행위 책임, 징계 책임의 성립-가압류, 손해배상소송, 징계 및 해고, 형벌부과’라는 단결 금지의 악순환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을 시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종전의 판례에 비해, 새로운 판례는 형사 절차에 있어서도 개선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폐기된 판례에 따라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과거에는, 형사절차에서 사용자 및 검찰은 노동조합의 파업 사실만 주장 또는 입증하면 자신들의 책임은 모두 수행한 것이 되었고, 노조는 주체, 목적, 수단, 방법 등 4가지 정당요건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만 형벌을 면해왔기 때문이다.
도재현 교수는 “이 사건 판결 이후에는 이러한 사용자와 검찰의 무임승차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고, 주장, 입증, 책임 중 일부가 사용자와 검찰 쪽으로 배분됨으로써 노동 형사 사건에서 형사법적 원칙들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아리송한 ‘위력’, 비현실적인 ‘파업의 전격성’...‘업무방해죄’의 여전한 한계
하지만 변경된 판례는 여전히 업무방해죄의 적용 가능성을 남겨둠으로써, 노동자의 핵심적인 인권인 파업이 보장 받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위력’이라는 아리송한 개념은 앞으로의 법원 판결에서의 주관적인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너무나 모호해서, 도대체 어떠란 것인지, 어쩌겠단 말인지 모를 정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때문에 조경배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다수의 대법관에 의한 변경된 업무방해죄의 판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조경배 교수는 “파업은 노무제공 거부의 부작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력의 요소를 당연히 포함하지만, 이번 판례에서는 당연히 위력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 알쏭달쏭한 논리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경배 교수는 파업이 ‘위력’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는 전원합의체 내부의 논쟁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력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나, 파업의 위력이 아니라는 소수의견도 찬동하기 어려우며, 이는 모두 지나치게 기교적인 접근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다수 의견은 이 판결이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니어서 재판관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많으며, 소수의견 역시 현실 적용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경배 교수는 “이번 판례는 마치 무엇이 법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파업시 처벌에 대한 공포심을 유지하여 파업을 억제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쟁의행위는 언제나 어느 정도 위력의 요소를 포함하는 것인데, 노무제공의 거부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 이는 매우 비현실적이며, 현실의 쟁의행위는 모두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파업의 전격성’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직권중재기간 중의 쟁의행위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교섭결렬이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노사관계의 상식으로서 파업시기의 공개와 사용자의 손실 최소화의 파업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업무방해죄가 여전히 노동 현장에 족쇄를 채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리 변경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2006년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김태현 원장은 “철도노조 파업이 유죄라는 선례를 만들어 놓은 것은, 하급심의 자유로운 판단의 여지가 그리 넓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이는 여전히 법원의 보수주의를 드러낸 것이며, 단체자치에 속하는 영역을 형벌로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헌법상의 기본권 행사인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 적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도록 입법화해야, 한국의 노동기본권이 기본권의 하나로 온전히 인정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업무방해죄에 대한 새로운 판례를 내놓았다. 이들은 근로자의 단순 파업까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종전의 판례를 폐기하고, 노동기본권에 따라 ‘단순파업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판례 법리를 변경했다.
때문에 노동계는 이번 판례가 그동안 사용자의 힘의 우위를 확보했던 업무방해죄의 판례에서 다소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에 대한 손배 가압류, 해고 등이 난무했던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위력’에 해당하는 경우 업무방해죄가 해당된다는 이번 판결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위력’에 관한 개념적 논쟁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판례가 법 이론상 합당한 것인지, 그리고 이번 판결이 노사 현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노총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오후,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업무방해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번 판결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앞으로 노동운동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토론했다.
‘업무방해죄’ 법리 변경, 노사 불균형 개선 가져올까
대법 전원합의체는 이번 판례를 놓고 두 가지의 의견으로 대립했다. 이용훈 대법관을 비롯한 다수인 8명의 대법관은 ‘파업은 제한된 경우에만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파업이)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종전의 판례를 남겨 두면서도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반면 박시환 대법관을 비롯한 소수인 4명의 대법관들은 ‘단순 파업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들은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것이라는 사정이 존재한다고 하여 개별적으로 부작위인 근로제공의 거부가 작위로 전환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파업’이라는 행동은 부작위로서, 작위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당사자 일방인 근로자 측의 채무 이행을 형벌로 강제하는 것이 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을 놓고, 혹은 전원합의체 안에서의 논쟁을 놓고 여론과 노동계 등은 각각의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다수의 대법관이 내 놓은 판례에 대한 한계와 비판, 그리고 소수의 대법관의 주장에 대한 동의가 두드러진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발제자로 나선 도재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수의 대법관에 의해 변경된 판례 자체역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재현 교수는 “이번 판결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성립-불법행위 책임, 징계 책임의 성립-가압류, 손해배상소송, 징계 및 해고, 형벌부과’라는 단결 금지의 악순환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을 시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종전의 판례에 비해, 새로운 판례는 형사 절차에 있어서도 개선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폐기된 판례에 따라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과거에는, 형사절차에서 사용자 및 검찰은 노동조합의 파업 사실만 주장 또는 입증하면 자신들의 책임은 모두 수행한 것이 되었고, 노조는 주체, 목적, 수단, 방법 등 4가지 정당요건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만 형벌을 면해왔기 때문이다.
도재현 교수는 “이 사건 판결 이후에는 이러한 사용자와 검찰의 무임승차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고, 주장, 입증, 책임 중 일부가 사용자와 검찰 쪽으로 배분됨으로써 노동 형사 사건에서 형사법적 원칙들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아리송한 ‘위력’, 비현실적인 ‘파업의 전격성’...‘업무방해죄’의 여전한 한계
하지만 변경된 판례는 여전히 업무방해죄의 적용 가능성을 남겨둠으로써, 노동자의 핵심적인 인권인 파업이 보장 받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위력’이라는 아리송한 개념은 앞으로의 법원 판결에서의 주관적인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너무나 모호해서, 도대체 어떠란 것인지, 어쩌겠단 말인지 모를 정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때문에 조경배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다수의 대법관에 의한 변경된 업무방해죄의 판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조경배 교수는 “파업은 노무제공 거부의 부작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력의 요소를 당연히 포함하지만, 이번 판례에서는 당연히 위력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 알쏭달쏭한 논리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경배 교수는 파업이 ‘위력’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는 전원합의체 내부의 논쟁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력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나, 파업의 위력이 아니라는 소수의견도 찬동하기 어려우며, 이는 모두 지나치게 기교적인 접근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다수 의견은 이 판결이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니어서 재판관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많으며, 소수의견 역시 현실 적용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경배 교수는 “이번 판례는 마치 무엇이 법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파업시 처벌에 대한 공포심을 유지하여 파업을 억제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쟁의행위는 언제나 어느 정도 위력의 요소를 포함하는 것인데, 노무제공의 거부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 이는 매우 비현실적이며, 현실의 쟁의행위는 모두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파업의 전격성’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직권중재기간 중의 쟁의행위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교섭결렬이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노사관계의 상식으로서 파업시기의 공개와 사용자의 손실 최소화의 파업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업무방해죄가 여전히 노동 현장에 족쇄를 채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리 변경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2006년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김태현 원장은 “철도노조 파업이 유죄라는 선례를 만들어 놓은 것은, 하급심의 자유로운 판단의 여지가 그리 넓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이는 여전히 법원의 보수주의를 드러낸 것이며, 단체자치에 속하는 영역을 형벌로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헌법상의 기본권 행사인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 적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도록 입법화해야, 한국의 노동기본권이 기본권의 하나로 온전히 인정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