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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9년의 마지막 날, 시민대책위 집중 추모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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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01-03 19:02 조회3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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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9년의 마지막 날, 시민대책위 집중 추모문화제


경마기수지부 문중원 열사의 죽음 이후 33일, 마사회의 무책임한 반응에 분노한 유가족과 동료 노동자들이 상경해 마사회 감독기관인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며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빈소를 옮긴 지 5일째 되는 날, 2019년 마지막 밤의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문중원 열사 빈소의 상경과 함께 고인이 죽음으로 고발한 마사회 비리 관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대책위원회가 출범한 뒤, 시민대책위 주관으로 첫 추모 촛불문화제를 오늘 31일(화) 오후 7시에 빈소가 모셔져 있는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개최됐다.


문중원 열사의 부인 오은주 님의 한자 한자 눈물로 적은 글, 발언 전문을 전한다.


추모 문화제에 오는 제 마음은 아직 너무 춥고 무겁기만 합니다. 제 시간은 남편이 떠나기 전 11월 28일에 멈춰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2019년 12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빨리도 흘러갑니다. 멈춰진 제 시간 속에 남편은 다시 살아날 것만 같고.. 남편을 보내줄 수도 없습니다. 너무 보고 싶은데. 우리 오빠가 너무 보고 싶은데. 볼 수 있는 건 남겨진 사진뿐입니다.

2008년 중원이 오빠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 저희는 결혼을 했습니다. 오빠를 처음 만나 기수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한테는 너무나도 생소한 직업이었습니다. 오빠를 만나고 처음 경마장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부산과 서울이 경주를 하는 날이었고, 저희 남편이 멋지게 말을 타고 나오면서 저를 발견하고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얼굴이 떠오릅니다.

부산 경주가 끝이 나면 서울 경주는 전광판을 통해 경주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처음 경마장을 갔었고 모든 경주들이 저한테는 너무나도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전광판으로 서울 경주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서울에 계셨던 000 기수분이 낙마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분은 병원으로 이송되셨으나 결국 사망하셨습니다. 너무나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그때부터 경마장이란 곳은 저한테는 너무 무섭고 두려운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남편의 낙마 사고도 여러 번 보았습니다. 떨어질 각오를 하고 위험해도 말에 올라타야 했던 그 순간들... 그리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꾹 참고 가족을 위해 말에 올라야했던 그 고통을 내뱉지 못한 채 혼자서 삼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하루빨리 조교사가 되길 바랐습니다. 조교사는 감독 역할이기 때문에 말을 타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도 저희 가족들도 조교사가 되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조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 제 남편을 비롯해 모든 가족들은 너무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 뿐이었고. 조교사의 꿈은 채용비리로 인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 남편은 또 한 번의 고통들을 삼키고 삼켜 온 몸속에는 고통뿐인 사람으로 변해 죽지 않으면 살수가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떠나가고. 너무 가슴이 미어지고 큰소리로 울지도 못할 정로도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한 번 더 물어봐 줄 걸. 한 번 더 보듬어 줄 걸. 수없이 많은 후회들만 몰려오고 모든 게 제 잘못 같습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저희 아이들을 이모들에게 맡기고 왔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아이들과 떨어져있는 적은 처음이라 모든 게 걱정되고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혹시나 저를 찾고 보고 싶어할까봐 서울에 있는 동안 영상통화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용기를 내어 영상통화를 했는데 주체할수 없는 마음 아픈 눈물들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저만 바라보고 살아갈 가여운 우리 애기들. 제 남편도 어쩌면 눈에 밟힐 아이들 생각에 눈도 채 감지 못하고 싸늘하게 죽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배가 고픈 제가 싫었습니다. 고프다고 밥을 넘기는 제가 싫었습니다. 남편을 두고 따뜻한 방에 잠들고 깨는 제가 미친 듯이 싫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제 남편은 제 모습이 싫지 않을 것입니다. 잘 견디는 저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가끔씩 웃으며 남편이 제게 부탁하고 간 아이들은 열심히 키울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제가 소개해드릴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신기할 정도로 따뜻한 마음과 따뜻한 손과 따뜻한 미소를 지니고 계십니다. 제가 뭐라고 그렇게 다들 힘써 주시는지... 제가 뭐라고 그렇게 안아주시는지... 며칠 동안 슬픔의 눈물만 흐르던 제 눈물이 고마움의 눈물로 바뀝니다. 제 아이들이 제게 주는 힘만큼이나 여러분들의 따뜻함이 차가웠던 제 마음을 다 녹여줍니다.. 어두운 세상을 밝은 등불로 비추고 계신 그분들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추모문화제에 오는 제 차가운 마음들이 녹아 여러분들이 밝고 뜨겁게 비추고 계시는 촛불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그 속에서 진실을 찾고 그 진실을 널리 세상에 알려 세상을 바꾸시는 여러분.. 죄송할 정도로 감사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어둡고 복잡하고 꽉 막힌 세상 속에 살아가다가 너무 따뜻한 여러분을 만난 건 제게 너무 행운이고 영광입니다. 많이 배워가겠습니다. 여러분들 너무 존경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지치지 않게 저희 유가족이 도울 수 있는 건 다 돕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발언 마지막 때마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잊혀지지 않길 바라며 하늘에서 제일 반짝이는 별이 될 사랑하는 제 남편 문중원 기수를 영원히 기억해주세요.






2020년 새해를 맞는 내일은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동지의 어머니 김미숙 님이 떡꾹을 직업 끊여 문중원 기수의 유족과 함께 보낼 계획이다. 1일 오후 5시에도 역시 광화문 청사 앞 시민분향소에서 추모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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