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감염병, 집회의 자유, 노조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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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07-02 16:53 조회3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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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가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기본권 침해의 빌미로마저 활용되고 있다.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코로나19 빌미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벌여오던 중 종로구청으로부터 무려 3차례 천막 철거의 폭압을 당한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 제한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제한할 때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 그러나 종로구청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발령한 집회금지고시는 금지구역으로 지정되기만 하면 일체의 집회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손 소독, 발열 체크, 방문자 명단 관리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금지’라는 것이다. 처음 노조가 집회신고를 할 때에는 문제 없이 이를 수리했던 종로경찰서도 종로구청의 고시가 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금지통고를 해 왔다. 종로구청은 정작 올 초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될 때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이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 투쟁을 벌이기 시작하자 별안간 고시를 발령했다. 그 목적이 과연 코로나19 예방에 있는 것인지에 대해 매우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종로구청은 위 고시와 같은 행정처분을 내릴 때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해야 함은 물론, 내용적으로도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까지 침해해서는 안 되며, 최소침해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넘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위 고시는 집회를 ‘제한’하는 것도 아니고 원천 ‘금지’하고 있어서 본질적인 내용까지 모두 침해하고 있다. 더욱이 하고 많은 종로구 관내의 거리들 중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 인도가 왜 집회가 원천 ‘금지’되어야 하는 장소인지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또한, 코로나19 예방이 진정한 목적이었다면 집회를 ‘금지’하는 최대한의 침해로 나아가기 앞서 여러 가지 합리적인 조건들(예방수칙 준수를 전제한 하에서의 집회 진행, 집회 인원 수의 일정한 제한 등)을 부가하는 방식의 적정한 ‘제한’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종로구청은 이에 대해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금지’를 명령했다. 더 나아가 종로구청은 노동자들의 집회는 금지해 놓고서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은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한 상황에서 조계사에서 진행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실외보다 실내가 더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금호아시아나 본사 건물 1층의 실내 카페는 아무런 문제 없이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실외 집회는 어느 경우에도 안 된다는 종로구청의 입장을 해고 노동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노조는 위와 같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집회금지고시에 맞서 집행정지신청, 인권위 정책권고 및 의견표명 요청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위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위협하는 것만도 버거운데, 바로 그 코로나19를 빌미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위해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조차 다시 코로나19를 빌미로 금지한다면, 이는 노동자들에게 그 어떠한 존엄과 권리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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