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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의 인권프리즘] 자유주의자가 가난과 자유를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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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2-01-10 16:58 조회3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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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냥하듯이 주는 자유, 협박하듯이 주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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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홈리스추모제가 열리는 서울역에 갔다. 작년에는 온라인으로 추모제에 참가했는데 올해만큼은 직접 가보고 싶었다. 정부의 홈리스 배제적인 코로나방역조치로 많은 홈리스들이 죽어가고 있기에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서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많으면 추모제가 덜 쓸쓸하겠지 싶었고 사람의 온도라도 하나 보태고 싶었다. 알고 있던 홈리스들의 얼굴도 활동가들도 보였다.

다행히 사람들이 많았다. 홈리스 당사자들도, 연대하는 사람들도, 지나가는 시민들도 많았다. 비슷한 마음이었나. 추모제에서 언론에서 접하던 코로나 방역에서 완전히 제외된 홈리스들의 조건을 당사자와 활동가의 육성으로 들으니 더 참담했다. 양동 쪽방촌에 사는 분의 말에 따르면, 양동 쪽방촌에 살다 사망한 홈리스사망자는 29명으로 평균 연령이 48세란다. 코로나감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고령자인 것과 대조된다. 그만큼 건강상태가 안 좋다는 반증이며, 그만큼 홈리스가 감염되어도 치료해주는 정부 조치가 없다는 뜻이다.

 

공허하고 홈리스 배제적인 방역대책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 하는데 최근까지도 코로나에 감염된 홈리스들이 입원하는데 4일~5일 걸렸다고 한다. 거리노숙인의 경우에는 아예 조치가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홈리스는 방역당국에 전화했더니 ‘그냥 피해있으라’고, 비오면 비 피하고 눈 오면 눈 피하고 사람들 없는 곳에 있으라는 말이 전부였단다. 정부에게 ‘홈리스의 죽음은, 홈리스의 생명은 안중에 없구나’를 실감하게 한다. 한 감염된 거리노숙인이 다른 거리노숙인이 감염될까 주변으로 오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인 최선이었다는 말에서 가슴이 덜컥거리며 울분이 커졌다.

백신은 또 어떤가. 신분증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방식은 주민등록증이나 핸드폰이 없는 홈리스들의 권리를 막았다. 코로나에 걸린 홈리스들에게는 안전하게 쉬고 치료받을 주거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조치는 전무하다. 집이 없는 홈리스들은 ‘아프면 쉬기’, ‘거리두기’, ‘재택치료’ 등의 방역수칙을 지킬 방도가 없다. 공허하고 배제적인 방역대책을 바꾸지 않으니 홈리스들의 집단감염과 사망이 늘어난다.

 

동냥과 협박으로 내어주는 자유

홈리스추모제를 무거운 마음으로 참가하고 오는 길에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가난한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는 막말을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는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n번방 방지법'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자유의 본질은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존재한다"면서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어떻게 보면 현실을 말한 것 같다고 착각할 만한 그의 말을 들으며 ‘가난한 사람과 자유에 대한 그의 생각’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유추해본다. 아마도 그의 검사생활이겠지. 검찰과 경찰이 접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은 조금만 돈(지원)을 주면 자유가 속박되어도 따라오고 조금만 협박하면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지하철이나 철도)역사에서 홈리스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몸을 데우려면 역사 공안이 내쫓고 사기꾼들에게 명의도용을 당해도 돈이 없어 도둑질을 했을 것이라 의심 먼저 했다. 그러다가 가끔 먹을 것이나 치료를 조금 해주며 홈리스들을 노숙인쉼터나 병원에 가두었을 것이고, 병원이나 대형 노숙인쉼터에 안 가면 체포할 것이라고 협박도 했을 것이다. 굴욕적인 밥상과 통제적인 주거를 일시적으로 제공하면 자유를 포기한다는 편견을 키우기에 좋다. 이런 식으로 홈리스들을 수사하고 기소했을 경찰과 검찰의 입장에서는 ‘극빈층은 자유를 모른다’고 여길 만하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홈리스들을 가난한 사람들을 그렇게 대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검사로서 검찰총장이라는 정부의 최고 권력도 누렸던 그의 입장이며, 국가권력이 ‘빈자의 자유’에 대해 취한 행동일 뿐이다. 극빈층에 대한 관심도 사유도 없이 ‘가난의 형벌화’에 동참했을 검찰집단, 국가권력의 일원이었음을 실토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왜 거리노숙인들이 엉터리 쉼터에 가지 않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거리노숙인을 범죄자이거나 세금도둑으로만 여겼을 것이다.

 

자유주의자가 가난과 자유를 바라보는 시선

그러나 윤석열의 발언과 다르게, 코로나시기의 홈리스 등 가난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자유의 현실은 굶어죽을 자유나 감염되어 죽을 자유의 강요다.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을 전적으로 개인의 역량으로만 치부할 경우 발생하는 것이 집단감염과 죽음의 자유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일정수준의 교육과 주거를 보장하는 일이다. 홈리스들에게는 그가 생각하는 자유와 반대로 현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가의 의무가 무엇인지 사유해야 한다. 가난은 개인의 탓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다. 따라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어쩌면 자유주의자인 그의 생각에는 국가의 책무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니 가난한 자는 자유를 모르거나 자유를 생각할 처지에 없다고 했을 것이다.

자유주의자인 그에게 자유란 시장의 자유, 무한이윤추구의 자유만이 있을 뿐이니 홈리스들에게도 존엄과 사회적 권리(주거, 식량, 건강 등의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인권의 원칙이 마뜩치 않을 수 있다. 홈리스들에게 주거지원을 할 때에도 개인의 사생활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빵과 장미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평등과 자유를 동시에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의 책임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어쩌면 그의 말은 막말이기보다 자유주의자가 ‘자유와 가난’을 바라보는 시선일 뿐인지도.

그런 그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는 당신의 그것과 다름을 알려주고, 혹여나 당신이 ‘가난과 자유’에 대한 사유와 행동을 바꿀 생각이 있다면 읽으라는 의미로, 하나의 인권선언과 하나의 시구를 권한다.

 

“지원을 무기 삼지 말고, 우리 의사를 존중하라!
홈리스는 여전히 권리의 주체가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복지는 인간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홈리스 정책에 홈리스 인권 현실을 반영하고 제대로 이행하라.”
-2021홈리스인권선언 중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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