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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안전기행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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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3-03-06 14:43 조회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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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안전기행 참가기
|| 역사는 되풀이되고 안전을 위한 노력이 끝없이 필요한 이유는 오늘날에도 존재했다.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맞이하여 공공운수노조 참가단이 2월 17일부터 18일까지 대구지역을 방문해 안전기행을 진행했습니다. 사업장 노동안전보건 담당 간부 및 조합원 40여 명으로 구성된 이번 참가단은 월배차량기지에서 열린 대구지하철 희생노동자 추모대회를 시작으로 대구지역 노동운동 역사기행과 유가족과의 대화, 그리고 20주기 추모식과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지하철안전체험까지 의미있는 시간들로 가득채운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참가단은 이번 안전기행을 통해 20년이 지났지만, 책임의 주체인 대구시가 합의와 번복을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 여전히 “추모”조차 제대로 이름 붙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참사에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주체의 책임 있는 대처가 없다면 피해자들의 회복 또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대구지하철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의미였습니다.

참가단은 희생자들의 묘역 앞에서 이러한 비극을 막아내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을 다짐하며 안전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안전기행에 참가한 5명의 동지가 소중한 참가기를 다음과 같이 보내주셨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나라가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책임을 앞장서야 할 어른이 그 책임을 다할 때 안전은 지켜지고 유지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자치단체공무직본부 서울지역지부 정대섭 노안부장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가족, 친지, 친구, 동료의 생명이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사고로 사망할 수 있기에 안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강조해도 괜찮다고 하지 않습니까?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률에는 중대산업재해 외에도 중대시민재해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겁니다. 책임을 져야 할 나라가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책임을 앞장서야 할 어른이 그 책임을 다할 때 안전은 지켜지고 유지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2분도 편히 쉴 수 없을 정도의 일정에 살짝 불만도 생길만한데 저희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러워서 아니 노동안전보건 활동하는 우리로서는 더 막중한 책임감에 눈물만 나옵니다. 앞으로 대구지하철참사와 같은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인식하고 있지만 말뿐이고 같은 유형의 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저희는 분노하고 분노해서 우리가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역사는 되풀이되고 안전을 위한 노력이 끝없이 필요한 이유는 오늘날에도 존재했다.”
: 철도노조 정완식 대전시설지부 노안부장


사망자 192명. 부상자 151명.
새까만 벽면과 녹아서 흘러내린 수화기, 무너져 내린 천장. 현장의 모습은 그날의 고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머리카락이 뜯겨진, 깨진 손톱과 멍든 손가락들. 뒤엉킨 고인들. 얼마나 고통스럽고,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 그 사이엔 새 출발도 못 해본 1살 아기도 있었고 그를 사랑한 엄마도 있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주기 추모공연에서는 유가족과 대구지하철 관계자가 한자리에 앉았다. 누가 죄인인가? 방화범 김대한 인가. 마스터 키를 뽑아간 기관사 인가. 중앙 컨트롤을 하지 못한 사령인가. 해외에는 불연재 전철을 수출하고 국내에는 가연성 소재 전철을 사용하게 한 정부인가. 그 시절 그날의 화살은 기관사에게 날아갔고 사회적으로 사망하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유가족은 원망할 책망할 사람도 없어졌다. 그 짐은 온전히 유가족이 짊어졌다. 추모라는 단어도 쉽게 쓸 수 없다. 수목장은 암매장으로 불리고 추모식에서는 뽕짝이 들린다. 유가족에게는 2.18일이 두렵다. 그렇기에 사회적 기억만이 유가족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시민, 노동자들이 안전할 수 있게 전진해야 한다.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주에게 의견을 내어 바꿀수 있어야 하고 바꾸지 못한다면, 작업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안전기행을 통해 노동자로서 내가 정진해야 할 방향이 보인 뜻깊은 1박 2일이었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마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꽃피어 - 조동화 일부)



“20주기 추모를 넘어서”
: 의료연대본부 김동아 정책부장


대구지하철 참사에 대한 기억은 흐릿했다.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쌓일 생각과 기억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희생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걱정했던 기억만 남고 참사 현장의 장면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이번 안전기행을 통해 유가족들이 20년동안이나 참사를 기억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게되었다. 참사 원인의 재조명, 희생자들의 진정한 안식, 무엇보다도 참사를 인정하게 해야한다는 간절함이 그 이유였던 것 같았다. 20년 동안이나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는 참사를 그 자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대구안전테마파크에는 추모비가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희생자들의 이름 석자가 적혀있지만 추모비에는 이름이 없다. 그들을 왜 추모하는지 모르게 만든 것이다. 대구시가 참사를 인정한다면 추모비에 이름을 붙이지 못할 이유는 없다. 대구시가 참사를 인정하고 해야할 일과 약속을 제대로 집행한다면 유가족들과 추모위원회는 20년동안이나 참사를 되새기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유가족들이 추모제에서 팔공산 상인회의 고성과 경음악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추모위원회에 유가족뿐만 아니라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이 함께하고 있어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다. 참사를 기억하고, 대구시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일을 정치적 정쟁으로 멋대로 규정하고 직무를 유기한다. 의지박약과 무능력의 총합이다.



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 안전기행을 통해 20년 추모를 넘어서 만들어 가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2.18 대구지하철화재참사 안전연수 답사안내서>에는 이런말이 적혀있다. “사회적 참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안전의 반대는 불안전이 아니라 망각입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4.16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스텔라데이지호, 10.29 이태원의 희생자와 생존자를 기억해야한다. 그들이 서로를 기억해 주는 것 처럼 우리도 함께 기억하는 것, 그것이 더 이상 사회적 참사를 재생산하지 않을 수 있는 시작이라는 것을 안전기행에서 알게 되었다.



“상가번영회의 떳떳한 요구가 왜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일까, 그리고 언제쯤 안전테마파크는 “2.18추모공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될것인가..”
: 서울교통공사노조 윤문상 노안국장


20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는 유가족들 때문이었을까 1박 2일의 짧은 안전기행에 진행된 토크콘서트, 추모식, 2.18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도 눈물이 흘러 내리는 시간이 많았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유가족이 요구하는 “추모 공원”이 아직도 “안전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희생자의 묘는 비석이 아닌 화분과 종이로 인쇄하여 붙여 놓은 이름이 적힌 작은 팻말이다.


“추모탑”이라는 이름을 찾지 못하고 서있는 커다란 비석탑과 멀리 “테마파크내 2.18 추모행사 즉각 철회하라.”라고 플래카드를 걸어 놓은 팔공산 상가번영회의 떳떳한 요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오늘이다. 이렇듯 상가번영회의 떳떳한 요구가 왜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일까, 그리고 언제쯤 안전테마파크는 “2.18추모공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될것인가.. 우리는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또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많은 과제와 생각을 갖고 돌아오는 길의 하늘은 흐릿한 해를 보여주는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겨울 하늘이었다. 돌아온 후 사진을 보는 동안에도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잊지마”
: 자치단체공무직본부 서울지역지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일동


-잊지마-

다들 지친몸과 무거운 가슴을 안고 올라갑니다
우리는 어쩌다 소중한 생명에 대해
왜 이리 무뎌졌을까?




우리들의 가족이며 친구이며 동료이며 이웃인데
내가 할 수있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다들 지친몸과 무거운 가슴을 안고 올라갑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며 죄송할 따름입니다
다시 한번 마음에 다짐을 합니다
우리가 안고 가는 이 무거움을
현장에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짐에 다짐에 다짐을,,,

다들 지친몸과 무거운 가슴을 안고 올라갑니다
창밖 풍경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네요
모든 권력이 자본에 종속된 현실에서
얼마나 죽어야 생명의 소중함을 알까?
그러나 다시 결심합니다
나부터 작은것부터 바꿔어 나아가기를,,,
결심에 결심에 결심을,,,

다들 지친몸과 무거운 가슴을 안고 올라갑니다
20년이 지난 현실은 무엇이 변했을까?
서울 한복판에서 아무 죄없는,,,친구따라 놀러간,,,
우리의 아들 딸들의 허무한 죽음을 떠나보내면서
책임자처벌,,,진상규명,,,이게 나라냐,,,
또 또 또 떠들다가 말건가?
잊지마,,, 잊지마,,, 잊지마,,,

-서울로 올라가는 차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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